상업적 포경으로 멸종 직전까지 갔던 혹등고래의 번식 판도가 수십년 만에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남태평양 혹등고래 집단에서 나이가 많은 수컷이 번식에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9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연구팀은 뉴칼레도니아 지역에서 환경단체 '오페라시옹 세타세'가 20년간 수집한 혹등고래 데이터를 분석했다. 피부 조직을 통해 유전 정보를 분석한 결과, 나이 든 수컷일수록 더 많이 노래하고 암컷을 더 자주 호위하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새끼를 낳았다.

이는 혹등고래 개체 수가 회복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포경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던 회복 초기에는 젊은 수컷들도 번식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체 수가 늘고 밀도가 높아지자 암컷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험 많은 늙은 수컷이 유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나이 든 수컷의 정교한 노랫소리나 축적된 구애 경험 등이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과거 19~20세기 상업적 포경으로 남반구 일부 혹등고래 개체 수는 90%까지 감소하며 멸종 위기에 처했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야생동물의 행동과 개체군 구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프랑카 아이헨버거 박사는 "포경이 고래 개체군을 얼마나 깊이 변화시켰는지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