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나 로봇이 인간의 눈처럼 주변 환경의 빛 변화에 순식간에 적응할 수 있는 '인공 눈'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펜실베이니아대) 공대 래리 청 교수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인간의 시각 작동 방식을 모방한 새로운 광학 부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등에 쓰이는 카메라는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뒤섞인 혼합 조명 환경에서 사물 인식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야간 주행 시 마주 오는 차의 밝은 헤드라이트와 어두운 하늘 사이에서 신호등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토멤리스터'라는 부품을 새롭게 설계했다. 포토멤리스터는 빛 정보를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꾸고 저장하는 장치로, 뇌의 신경세포(뉴런)처럼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멤리스터'의 일종이다.

새로 개발된 포토멤리스터는 전도성 고분자(PEDOT:PSS)와 이산화티타늄(TiO2)으로 만들어졌다. 주변 빛의 양에 따라 스스로 수분을 흡수하거나 배출하며 빛에 대한 민감도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밝은 곳에서는 수분을 배출해 건조해지는 방식으로 인간의 눈이 빛에 적응하는 과정을 모방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안과 시력검사와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4x4 배열로 만든 포토멤리스터를 인공지능(AI) 신경망과 결합해 인공 시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다양한 밝기의 배경 앞에서 'F' 모양의 LED 패턴을 얼마나 정확히 인식하는지 시험했다.

그 결과, 단 7번의 학습만으로 혼합 조명 환경에서 95%가 넘는 정확도로 글자 패턴을 식별해냈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인간의 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빛 변화에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래리 청 교수는 "인간의 눈은 빛 조건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 20~30분이 걸릴 수 있지만, 이 포토멤리스터는 훨씬 빠르게 적응하면서도 외부 환경에 대한 상세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에 대한 임시 특허를 출원했으며, 향후 자율주행차는 물론 공장 로봇,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인공 광학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