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초기 동물의 번식 방식이 수억 년간 생명체 진화의 발목을 잡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5억7400만년 전 지구상 가장 오래된 동물 화석을 분석해 무성생식이 진화 속도를 늦춘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고생물학계의 오랜 수수께끼였던 '에디아카라기'의 미스터리를 푸는 단초를 제공한다. 수십억 년간 미생물만 존재하던 지구는 에디아카라기(6억3500만~5억3900만년 전)에 이르러 처음으로 다세포 동물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당시 등장한 '프랙토푸수스'(Fractofusus)와 같은 초기 동물은 키가 2m에 달하기도 했지만, 입이나 소화기관, 이동수단이 없어 오늘날 동물과는 모습이 매우 달랐다. 이들은 주변 물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며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초기 동물은 현대의 딸기처럼 포복지(러너)를 뻗어 자신을 복제하는 무성생식으로 번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번식 방식이 개체 간 경쟁을 제한해 진화의 필요성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에밀리 미첼 박사는 "에디아카라기 환경은 경쟁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환경이었기 때문에 유성생식의 필요성이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에디아카라기 화석지에서 발견된 화석들을 레이저 스캐닝, 공간 분석,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분석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번식 전략에 따른 군집 변화를 수천 번 실행하며 화석 기록과 가장 일치하는 패턴을 찾아냈다.
분석 결과, 무성생식에 기반한 제한된 확산 방식이 당시 생물 종의 다양성이 낮았던 이유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유성생식으로 전환되면서 종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과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에디아카라기 후반, 생물들이 심해에서 얕은 바다로 서식지를 옮기면서 환경적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봤다. 조수, 폭풍, 수온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 자원 경쟁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유성생식의 등장을 촉진했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한 동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폭발적인 진화의 '두 번째 물결'을 일으켰다. 이는 이후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이어지는 발판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