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텍사스주의 드래그 공연 제한법을 허용하면서도 대부분의 드래그 공연은 법이 규제하는 '성적으로 노골적인 공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AP통신은 26일(현지시간) 텍사스 트리뷴을 인용해 미국 제5순회항소법원이 드래그 공연 제한법(상원 법안 12)이 오는 3월 18일부터 발효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드래그 공연자와 성소수자 단체 등 원고 대부분이 법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들의 공연이 '성적으로 노골적인 공연'을 의도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드래그 쇼가 성적으로 노골적이지는 않다는 법원의 시각을 시사한다.
법안에 따르면 '성적으로 노골적인 공연'은 공연자가 나체이거나 성행위를 하는 경우를 포함하며 반드시 '성에 대한 음란한 관심에 호소'해야 한다. 법원은 해당 공연이 "어떤 의미에서든 에로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판결에 따르면 한 성소수자 단체가 공연 중 '트워킹'을 할 수 있다고 증언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성적으로 노골적인 행위로 보지 않았다. 공연 중 우발적인 신체 접촉이나 정면 포옹 중의 접촉 등도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한 드래그 공연 제작사의 공연은 '논란의 여지가 있게' 성적으로 노골적일 수 있다고 봤다. 해당 공연에서는 공연자들이 끈 팬티를 입고 관객의 무릎에 앉거나 한 남성 관객에게 '엉덩이를 때려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
'상원 법안 12'는 공공장소나 아동 앞에서 드래그 공연자가 선정적인 춤을 추거나 특정 보형물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를 주최한 사업주에게는 1만 달러(약 1380만원)의 벌금이, 법을 위반한 공연자에게는 A급 경범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 법안의 초기 버전에는 드래그 공연이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역시 2023년 6월 "텍사스 주지사가 공공장소에서의 드래그 공연을 금지하는 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법의 표적이 드래그 쇼임이 분명해졌다.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은 "에로틱하고 부적절한 성적 지향의 공연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노력할 것"이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반면 원고 측을 대리하는 텍사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법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ACLU는 "법의 모호한 조항이 드래그 아티스트와 지지자들에게 해로운 위축 효과를 낳는다"며 "텍사스의 드래그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하급심에서 다툼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