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보안 상태를 실시간 검증해 해킹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양자칩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싱가포르 국립대(NUS) 연구팀이 개발한 이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은 하드웨어 결함이나 외부 공격으로 인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찰스 림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PRX 퀀텀'에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암호화, 금융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보안이 핵심인 여러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의 모든 암호화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한 난수(무작위 숫자)에 의존한다. 하지만 기존 양자난수생성기는 탑재된 부품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한계가 있었다.
만약 부품이 노후화되거나 해커에 의해 조작되면 예측 가능한 숫자를 생성해 보안 시스템 전체가 뚫릴 수 있다. 양자컴퓨터를 보유한 공격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약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칩은 '측정 장치 독립'(MDI) 기술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칩은 미리 정해진 양자 신호를 보낸 뒤, 측정 장치가 내놓은 결과값이 이론과 일치하는지 매번 확인한다.
결과값이 일치할 때만 인증된 난수를 생성하고, 불일치할 경우 즉시 작동을 멈춰 정보 유출을 막는다. 이는 매번 '검증된 추'를 올려 저울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림 부교수는 "기존 양자난수생성기의 측정 장치는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려웠다"며 "우리 기술은 사용 중에 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신뢰할 필요 자체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이 칩은 현재 상용 반도체 생산라인과 동일한 공정으로 제작됐으며, 극저온 냉각 장치 없이 상온에서 작동한다. 다만 강력한 보안을 확보한 대신 속도는 희생됐다.
현재 난수 생성 속도는 초당 64비트(bps)로, 신뢰 기반 모델의 생성기(초당 100기가비트 이상)보다 현저히 느리다. 연구팀은 그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개선된 부품을 적용하면 속도를 초당 68메가비트(Mbps)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