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를 도입할 경우 세수를 녹색에너지 생산 부문에 지원해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고 인플레이션도 억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녹색 전환, 에너지 대체, 그리고 거시경제 동학'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세 수입을 어떻게 재분배하는지에 따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적 확률 일반균형(DSGE) 모형을 통해 탄소세 수입 재분배 방식을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저소득층에 현금으로 이전 ▲가계·기업의 녹색에너지 구매 보조금 지급 ▲녹색에너지 생산자에 보조금 지급 등이다.

분석 결과, 녹색에너지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생산량 감소를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물가 상승도 가장 잘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금 이전 방식은 소비 불평등은 줄이지만 생산량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보고서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탄소 감축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충격의 부담을 생산과 물가 사이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할 뿐, 탄소 배출량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는 탈탄소화가 통화정책이 아닌 구조적 정책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임을 시사한다.

또한 보고서는 화석연료인 '갈색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인 '녹색 에너지' 간의 대체가 얼마나 쉬운지가 녹색 전환의 경제적 비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이 용이할수록 탄소세 도입에 따른 경기 침체나 물가 상승 부담이 줄어든다.

이 외에 충격 유형별 분석에서는 녹색 기술 발전이 생산 증대, 물가 안정,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혔다. 반면 국제 유가 상승과 같은 갈색 에너지 가격 충격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동반하지만, 비자발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낳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마은성 교수, 사우샘프턴대 오준석 교수와 한국은행 박병국·박경훈 차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