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 안전성이 검증된 ‘우수조달물품’으로 위장한 175억원 규모의 규격 미달 전기설비가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전기설비를 납품한다며 실제로는 저가의 규격 미달 제품을 납품한 ㄱ업체를 적발하고, 사건을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ㄱ업체의 군부대 부정납품 규모가 58개 부대, 총 195건의 계약에 걸쳐 약 1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ㄱ업체는 특허 기술이 적용된 배전반과 분전반을 직접 생산해 군부대에 납품해야 했다. 해당 제품은 회로별 전압·전류·온도 측정, 전력품질 감시, 감전 방지 기능 등을 갖춰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ㄱ업체는 무자격 업체가 생산한 기능 미달의 저가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접수된 공익신고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권익위가 12개 군부대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2025년까지 ㄱ업체가 체결한 80건의 계약(약 77억원)을 표본 조사한 결과, 모든 계약에서 규격 미달 제품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군의 허술한 관리·감독 실태도 드러났다. 납품 이후 군의 검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방부가 특정 제품 선정을 위한 심의 절차 없이 설계 단계부터 ㄱ업체 제품을 지정한 정황도 포착됐다.
권익위는 관련자 처벌과 추가 비리 적발을 위해 사건을 경찰청 등에 넘겼다. 또한 국방부와 조달청에는 ▲특정 제품 선정 절차 강화 ▲나라장터 쇼핑몰 내 제품 정보 상세화 ▲납품 검수 단계 확인 의무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다.
이명순 국민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군 시설 안전과 관련된 납품비리는 더욱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우수조달물품 지정제도가 본래 목적을 달성하도록 철저한 조사와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