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바다 얼음(해빙)을 녹이는 핵심 원인으로 파도의 역할이 새롭게 지목됐다.
호주 멜버른대, 미국 워싱턴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파도가 남극 해빙의 표면을 녹이는 과정을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후 모델에서 빠져 있던 '핵심 고리'로 평가된다.
연구에 따르면 파도는 단순히 얼음을 부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파도가 얼음 위로 넘치면서 햇빛을 반사하던 밝은 색의 눈을 쓸어낸다.
눈이 사라진 얼음 위에는 바닷물 웅덩이가 생긴다. 눈으로 덮인 얼음보다 색이 어두운 얼음과 웅덩이는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해 얼음을 위에서부터 녹인다.
특히 이 웅덩이는 녹조가 번성하는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녹조는 얼음과 웅덩이를 녹색으로 물들여 훨씬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만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해빙은 '녹색 수프' 같은 슬러시 형태로 변한다.
연구팀은 파도로 인한 침수, 웅덩이 형성, 분쇄 작용만으로 여름철 해빙 두께가 하루 최대 4cm 이상 얇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녹조 발생은 하루 1cm의 두께를 추가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겨울이 끝날 무렵 남극 해빙 대부분의 두께가 1m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빠른 속도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과정이 '양성 피드백'을 통해 해빙을 더욱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얼음이 어두워지면 더 많은 열을 흡수해 녹고, 이는 다시 얼음을 더 어둡게 만드는 악순환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남극해의 풍속과 파고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러한 해빙 가속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향후 기후 모델에 이 같은 파도의 영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