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하반기 국내 전기전자 부품 업계에 '예약된 호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9일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부품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체결과 대규모 증설로 이어지며 견고한 수급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다층 기판(MLB),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과 'CPU 르네상스'가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루빈 플랫폼은 기존보다 더 크고 복잡한 기판을 요구하며, AI 연산에서 CPU의 역할이 커지면서 관련 부품 수요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실제로 알파벳, 메타 등 북미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하며 AI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다.

수요 급증에 대응해 국내외 부품 업체들은 조 단위 증설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기는 2조4000억원 이상, LG이노텍은 베트남 신공장에 1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고객사로부터 투자금을 미리 지원받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 물량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AI 부품 사이클의 최선호주로 삼성전기를 꼽았다. MLCC와 FC-BGA 사업을 모두 영위해 동시 수혜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고다층 기판 강자인 이수페타시스, FC-BGA 투자를 확대하는 LG이노텍, 메모리용 기판 업체 티엘비 등이 관심 종목으로 제시됐다.

글로벌 MLCC 1위 업체인 무라타의 1분기 수주잔고 대비 신규수주 비율(BB Ratio)은 1.24까지 치솟았다. 이는 최근 사이클에서 보기 드문 수준으로, AI가 촉발한 부품 수요 강도를 입증한다고 유안타증권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