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의 복잡한 행동이 뇌의 중앙 통제가 아닌 신체 각 부위의 신경 회로에 의해 분산 제어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 의대와 프린스턴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초파리의 뇌와 척수 역할을 하는 신경삭을 포함한 중추신경계 전체의 신경세포 연결망 지도 '커넥톰'(connectome)을 완성했다고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 공개된 초파리 뇌 커넥톰에 이어, 몸 전체의 움직임과 감각을 관장하는 신경삭까지 연결한 최초의 완전한 중추신경계 지도다.

연구팀이 커넥톰을 분석한 결과, 걷기와 같은 초파리의 움직임은 뇌의 중앙 명령 체계가 아닌 다리에 있는 국소 신경 회로가 주로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소 회로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복잡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동물의 행동이 뇌의 중앙 관제탑에서 결정된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다. 연구에 참여한 알렉산더 베이츠 연구원은 "행동 제어는 여러 국소 모듈에 고도로 분산돼 있으며, 이들이 서로 연결돼 작동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커넥톰 구축을 위해 연구팀은 초파리 한 마리를 수천 개의 얇은 조각으로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이후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수백만 장의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모든 신경세포의 연결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완성된 커넥톰 전체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했다. 연구를 이끈 이웨이청 앨런 리 하버드 의대 교수는 "이제 더 복잡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실험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신경계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또한 작은 초파리가 수행하는 복잡한 작업을 모방해 더 발전된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을 개발하는 데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