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시의회가 주법의 허점을 이용해 지역 노동 기준을 회피한 대규모 주택 개발 사업 2건을 마지못해 승인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버클리 시의회는 25일(현지시간) 열린 회의에서 개발사 콜랩 홈과 라코니아 디벨롭먼트가 추진하는 20층·23층 규모 고층 주택 개발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이들 개발사는 저렴한 주택을 일부 포함하면 지역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주법인 '밀도 보너스법'을 근거로 노동자 보호 규정을 피했다.

개발사들은 버클리시가 2023년 도입한 '하드 해츠'(HARD HATS) 조례를 적용받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조례는 대규모 건설 사업 시 노동자에게 의료 보험과 도제 훈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개발사 측은 해당 조례를 준수할 경우 수백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라코니아 측은 조례 준수 시 500만 달러(약 69억원) 이상, 콜랩 홈 측은 1660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시의회 의원 다수는 노조의 호소에 공감하면서도 법적 소송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개발사 측 변호인들은 주법이 시 조례보다 우선하므로 시의회가 이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라시 케사르와니 시의원은 "소송에서 질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값비싼 소송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시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버클리시는 약 3000만 달러 규모의 재정 적자에 직면해 있다.

반면 건설노조 측은 개발사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노조는 회의에 앞서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개발사들이 노동자를 착취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노조 측 변호인인 졸린 크레이머는 "밀도 보너스법의 원래 입법 취지는 더 많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사회적 선을 위한 것이었다"며 "개발사가 노동 기준 요건을 회피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그 반대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과거 버클리 시장으로 재직하며 해당 조례 도입을 주도했던 제시 아레긴 주 상원의원은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 허점을 막기 위해 주 밀도 보너스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두 개발 사업은 모두 시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한 건은 찬성 다수로 통과됐고, 다른 한 건은 반대 의사를 표한 의원들이 기권하면서 자동으로 승인됐다. 이로써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