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17조원이 넘는 막대한 차입금과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도 불구하고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유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8일 보고서에서 한국석유공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과 동일한 'AAA/Stable'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AAA는 나이스신용평가의 등급 체계상 가장 높은 등급이다.

이번 평가는 회사의 극히 부실한 재무 상태와 대비된다. 석유공사는 2025년 1조2503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자회사 관련 1조1000억원 규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반영된 결과다.

이로 인해 2025년 말 기준 자본잠식 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부채비율은 -868.8%에 달했다. 총차입금은 17조2696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88.8%까지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보고서에서 "재무안정성 지표는 매우 열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최고 등급이 유지된 배경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가능성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영위사업의 공공적 특성에 따른 법적 지원가능성 및 정부의 높은 지원의지가 있다"며 "정부 지원 가능성에 기반한 매우 우수한 재무적 융통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행 한국석유공사법은 국가가 공사 사채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영위사업의 공공성이 매우 강해 사업수행 과정에서 국가가 출자, 교부금 지급 등 지원을 한다"며 "단기유동성위험은 극히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석유공사의 실적은 국제 유가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2022년에는 유가 급등으로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지만, 2025년에는 유가 하락과 자산 손상 등이 겹치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영업수익성은 원유가격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