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병목 현상이 반도체 칩 생산에서 데이터 연결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IB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가 'AI 공장'으로 진화하면서 수많은 칩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광(光)네트워크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마블(Marvell)의 주가 급등이 이러한 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시장은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칩 확보 경쟁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고 처리할 작업이 복잡해지면서, 연산 속도보다 데이터를 지연 없이 주고받는 능력이 전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게 됐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은 '에이전트 AI'의 등장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에이전트 AI는 스스로 판단해 여러 도구를 사용하는 AI로, GPU뿐만 아니라 중앙처리장치(CPU), 데이터처리장치(DPU) 등 다양한 하드웨어가 동시에 작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GPU가 연산을 멈추고 대기하는 유휴 시간이 발생해 'AI 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물리적 한계도 광네트워크 전환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존 구리 케이블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커질수록 신호 손실이 심해져 전송 거리가 급격히 짧아진다. IBK투자증권은 1.6Tbps급 대역폭에서는 전송 거리가 0.3m에 불과해, 랙(서버 선반) 내부의 칩들을 연결하는 '스케일업' 단계에서도 광 연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기존 칩 공급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 생산 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패키징 면적 증가로 증설 효과가 상쇄되고 있으며, HBM 수요 역시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GPU와 HBM 공급 부족이 관련 기업의 가치 재평가로 이어졌듯, 다음 리레이팅 후보는 연결성 밸류체인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랙 내부 통신 영역에서 CPO(칩 패키지 광학)와 실리콘 포토닉스 관련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