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로자 절반 이상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업무시간을 단축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서동현 과장, 오삼일 팀장, 윤종원 조사역은 8일 발표한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의 51.8%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주당 평균 1.5시간(3.8%)의 업무시간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절약된 시간이 실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생산성 단절'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보고서는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가 '0'으로, 통계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경직된 업무 구조를 꼽았다. AI 활용이 특정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고, 조직의 전체 업무 흐름(workflow) 개선이나 인력 재배치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추가 성과에 대한 보상 유인이 부족해 근로자들이 절약된 시간을 생산 활동에 재투입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자영업자, 전문직, AI 고강도 사용자 등 성과 보상이 명확하고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예외적으로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 이들 집단에서는 업무시간이 1% 줄어들 때 업무처리량이 최대 1.0%까지 추가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현재 AI 도입이 '효율성' 단계에는 진입했으나 '생산성' 단계로는 충분히 전환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과거 인터넷 등 범용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났던 '솔로우 역설'(생산성 둔화)과 유사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AI를 통한 본격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AI 중심의 업무 흐름 재설계, 인간과 AI의 협업 모델 구축, 신입·저연차 직원을 위한 새로운 학습 기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