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지방 의원까지 기술 기업들이 전기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데 초당적 합의를 이뤘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폭증하면서 일반 주민들의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술 기업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무엇으로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버드대 전력법 이니셔티브를 이끄는 아리 페스코는 "'공정한 몫'은 상당히 모호한 용어"라며 "산업계가 이 표현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정함'이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작년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당시 각 주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에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 전력회사의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지역사회들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분노는 이미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1월 조지아주에서 민주당이 전력 규제위원회의 공화당 위원 2명을 축출했다.
뮬렌버그대 여론조사기관 크리스토퍼 보릭 소장은 "유권자들은 이미 이러한 시설의 경험을 전기료와 연결하고 있으며,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점점 더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는 미국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챗봇과 생성형 AI 제품에 대한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건물은 거대한 창고처럼 보이며, 일부는 공장과 경기장보다 큰 면적을 차지한다. 일부는 소규모 도시보다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이는 전력회사가 단일 사용자에게 공급한 적이 없는 양으로 새로운 발전소 건설 경쟁을 촉발했다.
전력 수요는 모든 사람의 요금을 인상하는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력회사가 데이터센터를 위해 더 많은 발전소나 송전선을 건설하면 그 비용이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분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최우선 경제·안보 과제로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데이터센터가 "자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게시하며 반발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주와 전력회사들은 데이터센터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술 기업들에 장기 계약으로 전력을 구매하고, 필요한 발전소와 송전 시설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하며, 파산하거나 나중에 필요한 전력량을 변경할 경우를 대비해 큰 계약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소비자 옹호 단체들은 기술 기업의 공정한 몫에는 그들의 수요로 인해 상승하는 전기료, 전력망 장비 또는 천연가스 비용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리건주는 소규모 전기 소비자를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며, 소비자 옹호 단체는 주 최대 전력회사인 포틀랜드 제너럴 일렉트릭과 시행 방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한편 인디애나, 조지아, 미주리 등 여러 주의 소비자 옹호 단체들은 전력회사들이 데이터센터 주도 시설 확충 비용을 일반 전기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저지에서 일리노이에 이르는 중부 대서양 전력망 지역에서는 소비자 옹호 단체와 분석가들이 데이터센터 수요로 인해 일반 미국인들의 전기요금이 수십억 달러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의회와 주 의회에는 데이터센터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의회 민주당의 법안은 공화당 공동 발의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여러 주 의원들은 신규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을 제안하고 일반 전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칙을 작성하며 데이터센터 세금 혜택과 전력회사 이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애리조나주 케이티 홉스 민주당 주지사는 데이터센터에 갤런당 1센트의 물 사용료를 부과하고 대부분의 주가 데이터센터에 제공하는 판매세 면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홉스 주지사는 "이제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우리 주민들을 위해 일하도록 해야 할 때"라고 시정연설에서 말했다.
전기료는 2026년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공화당 의원들은 재생에너지를 선호하는 진보 성향 주의 에너지 정책이 송전 비용을 증가시키고 화석연료를 차단해 공급을 약화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이 데이터센터 때문에 더 높은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하원 소위원회는 지난주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들과 4시간 동안 청문회를 열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승인 속도를 높이라고 촉구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재생에너지를 옹호하고 전력회사 이윤을 제한하며 주거용 전기 소비자를 데이터센터 비용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FERC의 로라 스웨트 위원장은 그렉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자신들의 비용을 부담할 의지가 있으며 지역사회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랜즈먼 의원은 "그것이 우리의 경험은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들이 모든 것을 지불하는 상황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