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이 곤충을 혐오 식품으로 여기는 데에는 최근의 문화적 요인뿐만 아니라 수천 년에 걸친 진화적·생태학적 이유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진화생물학연구소(IBE)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유라시아인의 곤충 섭취 역사를 재구성한 연구 결과를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유럽과 중앙·동아시아 지역에서는 곤충 섭취가 드물었으며, 이는 곤충을 소화하는 능력이 유전적으로 감소한 것과 관련이 깊었다.

연구팀은 최대 3만3000년 전 현생인류의 치석 표본 745개를 분석했다. 치석에 남은 DNA 흔적을 추적한 결과, 북부 유라시아인의 식단에서 곤충은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곤충 외골격의 주성분인 '키틴'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북부 유라시아인들은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소화 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전적 특성은 농업이 시작된 약 9000년 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환경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곤충을 더 자주 섭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에서는 파리, 모기 등 곤충 DNA가 더 풍부하게 발견됐으며, 이는 침팬지의 곤충 섭취 수준과 비슷했다.

연구팀은 열대 지역에 가까운 인구 집단일수록 곤충 소화 능력이 뛰어난 유전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열대 지역에서는 연중 내내 흰개미나 메뚜기 같은 곤충을 안정적으로 채집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고위도로 갈수록 곤충 가용성이 줄면서 곤충 섭취가 줄고, 관련 소화 능력도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이끈 파블로 리브라도 IBE 수석연구원은 "문화적 요인을 넘어, 비열대 지역의 곤충 가용성 감소가 곤충 섭취 포기의 핵심 요인이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 산업 기술로 곤충의 영양분만 추출할 수 있어, 소화 능력과 무관하게 곤충을 식량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