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이 중동 전쟁 장기화와 자산 가격 거품 붕괴 가능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금융 안정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ECB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과 무역 불확실성으로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자산 가격 조정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특히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대감으로 관련 주가지수는 6개월 새 40% 급등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반면 에너지 부문 주가는 20% 하락하며 산업 재편 우려를 키웠다. ECB는 높은 자산 가치와 특정 종목 쏠림 현상으로 급격한 가격 조정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부문은 유로존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목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은행의 대출 태도 강화로 기업들의 재무 복원력이 저하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역 및 에너지 민감 업종의 취약성이 부각됐으며,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파산 건수가 2019년 말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ECB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비 확대와 에너지 가격 대응을 위한 지출 압력이 커지면서 일부 고채무국의 재정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회복세에도 국가별·부문별 편차가 커 하방 위험이 잠재해 있다고 지적됐다.
반면 가계 부문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높은 저축률 덕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복원력을 유지했다. 은행권 역시 견조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높은 복원력을 보였으나, 비은행 금융기관과의 연계성과 취약 기업에 대한 대출은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이에 ECB는 정책 당국에 은행 부문의 복원력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또한 비은행 부문의 레버리지 감독 강화와 사모신용 시장의 투명성 제고 등 구조적 취약성 완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