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겪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5·18 희생자 6명의 유가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과거 보상금 수령 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 '화해간주조항'을 유족들의 권리 행사를 막은 '장애사유'로 인정한 점이다. 재판부는 이 조항으로 인해 유족들이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해당 조항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유족들이 위헌 결정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희생자 본인에 대한 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가족들의 고유한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유족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액 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원고들은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에 의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희생자들의 형제자매와 자녀 등이다. 이들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국가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2021년 11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