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역대 가장 먼 '휴면 블랙홀'의 질량이 측정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MRG-M0138' 은하 중심부에서 태양 질량의 약 60억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휴면 블랙홀 중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다. 이전 기록보다 15배나 더 먼 거리다. 이 블랙홀은 우주의 나이가 현재의 4분의 1 수준인 약 30억년일 때의 모습으로, 초기 우주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데이터를 활용했다. 빛을 내지 않아 보이지 않는 블랙홀 주변을 맴도는 별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을 추적해 질량을 계산하는 '항성 역학'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의 블랙홀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 이 기법으로 연구된 가장 먼 은하는 7억 광년 거리에 있었다.

연구팀은 '중력렌즈' 효과 덕분에 먼 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관측 대상인 은하와 지구 사이에 있는 다른 은하의 중력이 돋보기처럼 작용해 배경 은하의 빛을 30배 확대하면서 별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앤드루 뉴먼 카네기 과학 연구소 박사는 "제임스 웹 망원경 데이터와 중력렌즈를 결합해 블랙홀의 중력이 별들의 속도를 높이는 영향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블랙홀뿐만 아니라 블랙홀이 속한 은하 역시 새로운 별을 만들지 않는 휴면 상태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블랙홀이 초기에 급격히 성장하며 방출한 에너지로 인해 별 형성의 재료가 되는 가스가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