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이 사전 훈련 없이도 스스로 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오울루대·헬싱키대 공동 연구팀은 호박벌이 손이 닿지 않는 곳의 보상을 얻기 위해 공을 굴려 발판으로 사용하는 행동을 확인했다고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먼저 호박벌에게 파란색 인공 꽃에 보상이 있다는 사실을 학습시켰다. 이후 투명한 실험 공간 천장에 꽃을 매달아 벌이 닿을 수 없게 했다.

그러자 다수의 호박벌은 이전에 훈련받은 적 없는 새로운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냈다. 바닥에 있는 공을 꽃 아래로 굴려 옮긴 뒤, 그 위에 올라가 보상을 얻는 방식이었다.

연구를 이끈 올리 로우콜라 오울루대 교수는 "상자를 쌓아 바나나를 따는 침팬지 실험의 곤충 버전"이라며 "곤충에게서 이런 자발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호박벌이 공을 굴리도록 훈련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벌들은 단지 '꽃에 보상이 있다'와 '공은 움직일 수 있는 물체다'라는 두 가지 정보만 미리 알고 있었다.

연구팀은 우연한 성공이나 시행착오 학습 등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엄격한 통제 실험을 진행했다. 벌이 공을 움직이는 동안 목표물인 꽃을 숨기는 실험에서도 벌들은 정확한 위치로 공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자발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인간이나 뇌가 큰 척추동물에 국한된다는 오랜 통념에 도전하는 결과다.

로우콜라 교수는 "벌이 인간처럼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작은 뇌가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방식으로 새로운 문제에 대한 유연한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