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아내를 구타한 남편보다 동물 싸움을 시킨 사람을 더 무겁게 처벌하는 새 형법을 공포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지난 1월 서명한 이 형법은 성별과 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을 법으로 명시했다.

새 형법에 따르면 아내를 심하게 구타해 눈에 보이는 상처를 입힌 남편은 징역 15일에 처해진다. 이마저도 아내가 판사에게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반면 닭이나 자고새 싸움 등 아프가니스탄에서 유행했으나 탈레반 집권 후 금지된 동물 싸움을 시킨 사람은 5개월의 징역형을 받는다. 여성에 대한 폭력보다 동물 학대 처벌이 훨씬 무거운 셈이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제네바 인권이사회에서 "새 형법은 아프가니스탄의 국제법적 의무에 위배되는 여러 범죄와 처벌을 정의하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당국에 법령 철회를 촉구했다.

수전 퍼거슨 아프가니스탄 주재 유엔여성기구 특별대표도 성명을 통해 "이 법령은 법 앞의 남녀평등을 공식적으로 제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편을 아내보다 우월한 위치에 놓고 여성이 보호나 정의를 구할 능력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새 형법은 여성의 다른 행동도 범죄로 규정했다. 남편 허락 없이 친정을 방문해 머무는 여성은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여성을 남편에게 돌려보내지 않은 친척도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동일한 범죄에 대해서도 사회 계급에 따라 처벌을 달리 규정했다. 성직자나 '고위층'은 판사의 경고를 받는 데 그치지만, 부족 지도자와 사업가는 경고와 법원 소환을 받는다. '사회 평균 계층'은 징역형에, '하층민'은 태형과 같은 신체적 처벌을 받는다.

이번 형법은 2021년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발표한 첫 종합 형법전이다. 탈레반은 그동안 여성의 중등 이상 교육과 대부분의 직업 활동을 금지하는 등 각종 제한 조치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