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간질)을 발작 증상 없이 뇌파 분석만으로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연구팀은 뇌전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쥐의 뇌파(EEG)를 AI로 분석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공학 저널'(Journal of Neur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연구팀의 AI 알고리즘은 뇌파 기록에서 자주 나타나는 패턴을 식별하고, 이를 통해 뇌의 전기적 패턴 '사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이 육안으로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뇌파의 차이를 AI가 '언어'처럼 학습해 감지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가 있는 쥐와 없는 쥐를 포함한 40여 마리의 뇌파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AI는 실제 발작이 없는 상태의 뇌파만으로도 유전자 변이 여부를 높은 정확도로 구분해냈다.

오스틴 브록마이어 델라웨어대 교수는 "기계학습 접근법을 통해 뇌파형의 '언어'를 학습하고, 사람이 놓칠 수 있는 미묘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소아 뇌전증 환자의 뇌파 데이터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임상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연구를 공동으로 이끈 아만다 허난 교수는 "발작이 일어나기 전 뇌의 전기적 활동 변화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웨어러블 뇌파 측정 기기를 통해 발작 고위험군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다른 신경 질환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브록마이어 교수는 이를 "정밀의료를 향한 단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