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로 5년 내 폐암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공동 연구팀은 혈액 속 단백질 14종을 분석해 폐암 발병 고위험군을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4만8000여명의 혈액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5년 내 폐암 발병을 예측하는 14가지 핵심 단백질 표지를 찾아냈다. 이 단백질 표지는 종양 자체가 아닌, 암 발병에 앞서 나타나는 폐의 염증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기오염 물질 노출이 폐의 면역세포를 자극해 '인터루킨-1베타'(IL-1β)라는 염증 신호를 방출하고, 이 신호가 암 유발 돌연변이를 가진 휴면 상태의 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이전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14종의 단백질 표지 수치는 IL-1β와 연관성이 높았다. 연구팀은 IL-1β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 '카나키누맙'을 활용해 정밀 예방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과거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카나키누맙의 효과를 시험했던 '칸토스'(CANTOS) 임상시험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14종 단백질 표지 수치가 높았던 참가자 그룹에서 이 약물이 폐암 발병 위험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혈액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을 미리 선별하고, 이들에게만 예방적 약물을 투여하는 '정밀 암 예방' 전략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찰리 스완턴 교수는 "심혈관 질환 예방에 스타틴이 쓰이는 것처럼 폐암에 대한 지표와 예방약은 아직 없다"며 "이번 연구는 예방적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