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재구성해 '진정한 의미의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인지 신경과학 저널'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이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때 뇌가 빠르게 작업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특정 과제를 장기간 반복 훈련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수 주에 걸쳐 변형된 자동차 이미지를 두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훈련을 3만회 이상 반복했다.
연구팀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뇌전도(EEG)로 훈련 전후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초기에는 과제 수행 시 사고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수 주간의 반복 훈련으로 과제에 완전히 숙달된 후에는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같은 과제를 수행해도 전두엽이 아닌 기억과 사물 인식에 관여하는 측두엽이 활동했다.
이는 반복 학습을 통해 특정 기술이 자동화되면 뇌의 작업 처리 경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전두엽의 '병목 현상'을 피해 측두엽으로 작업이 이관되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막시밀리안 리젠후버 교수는 "경험이 뇌를 리모델링해 전두엽의 병목 현상을 우회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두엽은 다른 작업을 위해 자유로워져 뇌의 처리 용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특정 과제가 전두엽의 부담을 덜고 측두엽으로 넘어갈수록, 참가자들이 다른 과제를 동시에 더 잘 수행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AI) 개발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 AI는 여러 기술을 쌓아 올리는 '지속적 학습'에 어려움을 겪지만, 인간의 뇌는 학습된 기술을 측두엽으로 보내고 전두엽의 공간을 확보해 새로운 학습의 토대로 삼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팀은 모든 종류의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운전 중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처럼 시각 정보 처리가 동시에 필요한 작업은 두 개의 독립적인 신경 회로를 훈련시키는 것이 불가능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