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 단위의 극초단파를 방출하는 초고속 레이저를 성냥 머리 크기의 칩 하나에 집적하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토비아스 킵펜버그 교수 연구팀은 독일 헬름홀츠-젠트룸 드레스덴-로젠도르프(HZDR)와 공동으로 기존 탁상형 시스템과 성능이 비슷한 통합형 초고속 레이저를 개발했다고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칩 레이저는 147펨토초 길이의 짧은 펄스에 1.05나노줄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초고속 레이저는 정밀 미세 가공, 안과 수술부터 노벨상 수상 기술인 광주파수빗(optical frequency comb)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광주파수빗은 현재 가장 정밀한 광학 원자시계의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초고속 레이저는 지난 20여년간 부피가 크고 비싼 시스템으로 광학 테이블에 고정된 형태로만 사용돼 소형화가 핵심 과제로 꼽혔다. 킵펜버그 교수는 "고출력 펨토초 레이저 칩은 20년 이상 통합 포토닉스 분야의 성배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마미셰프 발진기' 설계를 활용해 돌파구를 찾았다. 이 설계는 두 개의 광학 필터 사이에 비선형 도파관을 배치하는 구조다. 강한 빛의 펄스가 도파관을 통과하면 색상 스펙트럼이 넓어져 두 필터를 모두 통과해 순환을 계속하지만, 약한 빛은 충분히 확장되지 않아 차단된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저루 추 연구원은 "이 설계는 에르븀이 첨가된 질화규소 칩 위에 제작하기 어려운 부품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빛이 좁은 도파관에 강하게 집속될 때 발생하는 비선형 상호작용 문제에도 기존 설계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 기술을 통해 42cm 길이의 레이저 공동을 성냥 머리 크기의 공간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칩처럼 웨이퍼 단위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한 번에 1000개 이상의 레이저를 만들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오염 물질 탐지, 숨겨진 결함 발견, 의료 진단 등을 위한 휴대 가능하고 저렴한 도구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래 통신 및 항법 시스템을 위한 소형 광학 원자시계 개발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