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 연구팀이 약 250년 전 사망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리노바이러스 게놈(유전체) 전체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류가 발견한 RNA 바이러스 중 가장 오래된 사례다.
과학 전문 매체 IFL사이언스는 26일(현지시간) 국제 연구팀이 동료심사 전 논문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헌터리안 해부학 박물관에 보관된 1700년대 런던에서 사망한 여성의 폐 조직 표본을 분석했다. 해당 표본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의 증거를 담고 있었으며 알코올에 보존돼 있었다.
RNA 바이러스 게놈 복원은 DNA에 비해 매우 어렵다. RNA는 DNA와 달리 단일 가닥 구조가 많아 분자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또 환경에 노출되면 쉽게 분해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포르말린이 아닌 알코올 보존 표본에서 RNA를 추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연구는 RNA 보존에 유리한 포르말린이 쓰이기 시작한 1990년 이후 표본에 주로 집중됐다.
연구팀이 추출한 RNA는 평균 20~30 뉴클레오타이드 길이의 매우 작은 조각들로 파편화된 상태였다. 살아있는 세포의 RNA 분자가 보통 1000 뉴클레오타이드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복원 과정은 매우 까다로웠다.
연구팀은 끈질긴 노력 끝에 리노바이러스 A형의 전체 게놈을 복원했다. 이 바이러스는 현재는 멸종된 계통으로, 현대의 A19 유전자형과 가장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노바이러스는 흔히 '코감기'로 알려진 질병의 주요 원인이다.
분석 결과 이 여성은 리노바이러스 감염 외에도 폐렴구균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여러 박테리아에 동시 감염된 상태였다.
연구팀은 "리노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동시 감염이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 임상 시나리오는 오늘날 잘 알려져 있지만 18세기 의학 문헌은 이를 거의 묘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포르말린 시대 이전의 박물관 표본에서도 RNA를 회수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고유전체학(paleogenomics) 분야의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이를 통해 과거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고 미래 바이러스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