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년 넘은 삼엽충 화석에서 유기 고분자 '키틴' 성분이 발견됐다. 이 발견은 키틴이 기존 학설보다 훨씬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 전문 매체 IFL사이언스는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대학의 엘리자베스 베일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캘리포니아주 에미그런트 패스 지역의 셰일 지층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삼엽충 화석은 약 5억1400만년에서 5억600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적외선 및 질량 분광법과 형광 염색 기법을 동원해 화석을 분석했다. 그 결과 키틴의 구성 분자인 '디-글루코사민'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번 발견은 고생물학계의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키틴은 그동안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비교적 빠르게 분해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삼엽충이 키틴을 생성했을 가능성은 제기됐으나 이를 직접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일리 박사는 성명에서 "이번 연구는 키틴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질 기록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고생물학을 넘어 유기 탄소가 지질학적 시간 동안 지각에 어떻게 저장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키틴의 장기 생존이 지구의 탄소 순환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셀룰로스가 석탄 형태로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했던 것처럼 키틴을 생성하는 고대 생물 역시 장기적인 탄소 저장고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일리 박사는 "사람들은 탄소 격리라고 하면 보통 나무를 떠올린다"며 "키틴이 수억 년간 생존할 수 있다는 증거는 석회암과 같은 암석이 장기 탄소 격리의 일부이며 지구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이해하는 데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분석된 화석은 보존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키틴 성분이 남아있었다. 이는 키틴이 특별한 조건 없이도 오랜 기간 보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키틴이 탄산칼슘으로 강화된 구조 등 단단한 구조물에 통합될 때 더 잘 보존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키틴은 셀룰로스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흔한 유기 고분자로, 게나 가재 등 갑각류의 껍데기와 곤충, 균류 등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