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천문학계를 괴롭혔던 미스터리한 우주 전파 신호의 정체가 '죽은 별'인 백색왜성이 동반성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UNC-Chapel Hill) 연구팀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장주기 전파 과도 현상'(LPRT)의 근원을 특정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을 통해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장주기 전파 과도 현상은 수 분에서 수 시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파 신호로, 그 기원이 불분명해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연구의 실마리는 호주 연구진이 제곱킬로미터배열 전파망원경(ASKAP)을 이용해 1.4시간마다 반복되는 강력한 전파를 감지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 신호가 백색왜성과 적색왜성으로 이뤄진 쌍성계에서 나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설 검증을 위해 UNC 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4.1m 구경의 남반구 천체물리 연구망원경(SOAR)으로 후속 관측을 진행했다. 이 관측을 통해 신호의 근원지가 실제로 두 별이 서로를 공전하는 쌍성계임을 확인했다.

이고르 안드레오니 UNC 조교수는 "SOAR 망원경 관측 데이터는 우리에게 두 별이 서로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ASKAP J1745-5051'로 명명한 이 천체는 백색왜성이 동반성인 적색왜성의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격변변광성'의 일종이다.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빨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별들의 강력한 자기장이 상호작용하며 주기적인 전파를 방출하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장주기 전파 신호의 기원에 대한 기존 가설을 뒤집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전까지 천문학계에서는 이 신호가 매우 느리게 회전하는 중성자별, 즉 '펄서'에서 나온다고 추정해왔다.

연구진은 'ASKAP J1745-5051' 시스템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데 쓰인 '로제타석'처럼, 앞으로 발견될 미지의 전파 신호 정체를 밝히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이 시스템은 실험실에서 재현 불가능한 극한의 자기장과 고에너지 플라스마를 연구할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