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에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달러 지폐로 만든 '돈다발 꽃다발'이 전통적인 꽃다발을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선물로 떠올랐다.

미국 AP통신은 14일(현지시간) 짐바브웨에서 달러 지폐를 꽃처럼 접어 만든 꽃다발과 재활용 폐금속으로 제작한 선물이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 하라레의 한 전통 시장에서 30년간 꽃을 팔아온 통가이 무판다에드자는 50달러짜리 지폐를 원뿔 모양으로 접어 흰 장미 줄기와 함께 엮는 작업을 했다. 그는 접착제와 대나무 막대를 이용해 지폐를 장식용 꽃 모양으로 만들었다.

"돈다발 꽃다발 덕분에 시장이 살아났다"고 무판다에드자는 말했다. 그는 "밸런타인데이에는 고객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이건 유행이고 모두가 감동을 주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둘러보던 킴벌리 카와드자(23)는 "이 트렌드를 만든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파트너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이고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말했다.

Z세대가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지만 수요는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고 무판다에드자는 전했다. 일부 부모들은 딸들이 또래 압박에 굴복해 돈다발 선물로 유혹하는 나이 많은 남성에게 빠지지 않도록 직접 돈다발 꽃다발을 사주기도 한다.

가격은 다양하다. 작은 꽃다발에는 10달러 정도가 들어가지만 큰 것은 수천 달러에 이른다. 경우에 따라 전통 꽃다발보다 더 저렴하기도 하다.

10달러 가치의 돈다발 꽃다발은 25달러인 반면 고급 빨간 장미 10송이 꽃다발은 35~40달러라고 무판다에드자는 설명했다. 그는 현금 장식이 없는 꽃다발을 배달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전통 꽃선물과 달리 돈다발 꽃다발의 매력은 낭만적인 동시에 실용적이다. 현금 유동성이 사치품보다 더 즉각적인 가치를 지니는 짐바브웨의 경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꽃을 좋아하지만 지폐가 위에 있는 것을 보면 사랑이 더 뜨겁게 느껴지고 그 제스처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무판다에드자는 말했다. 그는 "힘든 시기에는 생존이 더 중요하고 돈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는 2009년 초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를 포기한 이후 미국 달러가 거래를 지배해 왔다. 이후 자체 통화를 재도입했지만 달러가 여전히 합법적이고 지배적인 통화다.

깨끗한 지폐가 부족한 상황에서 낡고 찢어진 미국 달러 지폐는 장식용 꽃다발에 적합하지 않아, 수수료를 받고 깨끗한 새 지폐를 공급하는 파생 사업도 생겨났다.

돈다발 꽃다발은 짐바브웨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 최대 꽃 수출국 중 하나인 케냐를 포함해 아프리카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케냐 중앙은행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지폐를 접거나 스테이플러로 고정하거나 접착제로 붙여 꽃다발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최대 7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상된 화폐가 현금 처리 시스템을 방해하고 화폐 훼손을 금지하는 법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침은 온라인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비판자들은 규제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짐바브웨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일부에게 사랑은 현금뿐 아니라 재활용된 쓰레기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하라레의 한 고급 쇼핑센터에 있는 장식품 및 선물 가게 '심플리 심비'에는 재생 고철로 만든 알루미늄 하트 모양 열쇠고리, 목걸이, 접시, 와인 홀더가 초콜릿과 선물 상자 옆에 진열되어 있다. '심비'는 현지 쇼나어로 금속을 의미한다.

가게 창업자 스테파니 찰턴은 "이전에는 사랑받지 못했던 것을 가져다가 광을 내고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 누군가에게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선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찰턴은 과거 관광객과 해외 거주 짐바브웨인이 주를 이뤘던 고객층이 환경 의식 상승으로 점차 현지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산업 지역에 있는 그녀의 주물 공장에는 도로변과 매립지에서 수집한 폐차 라디에이터, 림, 고철이 쌓여 있다가 노천 용광로에서 녹여져 수작업 선물로 재탄생한다.

원래 원예 수출업자였던 찰턴은 현재 20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녀는 "여성들은 초콜릿과 꽃을 좋아하지만 그것들은 오늘 있다가 내일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것은 매립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것을 모아서 아름다운 것으로 만든 것"이라며 "밸런타인에게 줘서 당신이 그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찰턴은 설명했다. 그녀는 "그 뒤에는 의미가 있고 각 작품마다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