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복합재난' 위험이 현실화하면서 2020년대 들어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이 과거보다 8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환경연구원(KEI)이 발간한 '가뭄-산불 복합재난 리스크 평가 방법론 검토'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가뭄이 장기화하며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연쇄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은 이전보다 7.8배, 대형 산불 발생 건수는 3.7배 증가했다. 2025년 경북과 울산 등지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산불로 10만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소실되고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연구를 수행한 성경민 한국환경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뭄 시기에는 토양과 식생의 수분 함량이 낮아져 마른 낙엽 등이 산불의 연료 역할을 해 확산 속도와 강도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가뭄과 산불을 별개로 관리하는 기존 재난 대응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산림청의 산불 정보와 환경부·기상청의 가뭄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한 '가뭄-산불 복합위험지도'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제안했다. 위험 정보를 통합 관리해 대응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가뭄이 심하고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특별 관리 구역'으로 선제적으로 지정하고, 소방 용수를 미리 확보하는 등 맞춤형 자원 배분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 인접 주거지에 방화선을 구축하고 스프링클러 등 비상 용수 공급망을 확충하는 물리적 대책도 함께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