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수물자 수출에 힘입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했으나, 확보한 재원을 경제 발전보다 핵무기 실전 운용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일 발표한 '북한 제9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경제 정책 및 대외전략 변화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러우전쟁 특수'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2023년 9월 이후 러시아에 파병 및 군수물자를 수출하며 2025년 12월까지 누적으로 약 110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북한의 2022년 총 외화보유액 추정치인 87억6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러한 외화 유입에 힘입어 북한의 2024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대비 1.8% 증가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 이후 군수 관련 산업인 금속·화학 부문 기업 활성도는 약 14.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북한은 새로운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안정 공고화·점진적 질적 발전'을 경제 비전으로 제시하며 현실적 목표를 설정했다. 공업생산액 1.5배 증산 등 도전적 수치가 있지만, 재정 지출 예산에서 경제 부문 비중은 2018년 47.6%에서 2026년 43.8%로 줄어든 반면 국방비 비중은 15.8%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자원 배분 우선순위가 여전히 군사 부문에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핵무력 전략을 '개발'에서 '실전 운용 고도화'로 전환하고, 한국을 직접적인 군사 표적으로 명시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높였다.

외교적으로는 핵 보유국 지위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강화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통일 관련 기구를 모두 폐지하고 대남 업무를 외무성으로 이관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경제 개선이 러우전쟁에 기댄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쟁 종료 시 군수물자 수출이 끊기면 북한의 재정과 외화 수급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대남전략 전환으로 남북 경협 공간이 구조적으로 축소된 만큼 다자 관계를 통한 접근이 중요해졌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