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를 얇게 만들수록 전기가 잘 통하지 않던 기술적 딜레마를 해결할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이병훈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전기전자공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초박막 텔루륨(Te) 트랜지스터의 금속-반도체 접촉 구조를 재설계해 접촉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최근 게재됐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의 발전으로 반도체가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급증하면서,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는 3차원(3D) 집적 구조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구조를 구현하려면 400°C 이하 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소자가 필수적이다. 텔루륨은 전하 이동도가 높고 저온 공정이 가능해 유력한 반도체 채널 물질로 꼽힌다.
하지만 텔루륨은 트랜지스터가 꺼진 상태에서도 전류가 새는 '누설 전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널 두께를 5나노미터(nm) 이하 초박막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이 경우 금속 전극과 반도체 사이의 접촉 저항이 커져 성능이 저하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연구팀은 '돌출 소스·드레인(RSD)' 구조를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류가 흐르는 채널은 4nm로 얇게 유지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전류가 드나드는 부분(소스·드레인)만 텔루륨을 추가 증착해 두껍게 만드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이 구조를 적용한 소자는 접촉 저항이 기존 97.5kΩ·μm에서 1.7kΩ·μm으로 5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영하 196°C의 극한 환경에서는 소자가 켜졌을 때 흐르는 전류(On-state current)가 17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이 기술은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대면적 저온 증착 공정(스퍼터링)으로 구현 가능해 확장성도 높다.
이병훈 교수는 "'국소적 두께 조절'이라는 새로운 밴드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초박막 반도체의 고질적인 딜레마를 해결했다"며 "텔루륨뿐만 아니라 다양한 2차원·초박막 반도체 소자 성능 향상에 적용돼 차세대 3D 집적회로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