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자인 외주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직접 AI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전문가에게 돌아가던 일감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특정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생성형 AI 기능이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된 2024년 5월을 기점으로, 국내 한 프리랜서 플랫폼의 AI 디자인 직군 거래량은 약 21.7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규 프리랜서 유입에 따른 공급 과잉이 아닌, 시장 전반의 수요가 위축된 결과다.
실제로 해당 플랫폼의 AI 디자인 직군 월별 전체 거래량은 2024년 6월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2025년 12월까지 약 20% 규모가 축소됐다. AI 활용 능력이 프리랜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기술이 보편화되자 AI 활용 능력의 프리미엄이 소멸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외주를 맡기는 고객층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사진 보정 직군의 경우, 개인 고객을 주로 상대하던 프리랜서는 거래량이 감소했지만 기업 고객 비중이 높은 프리랜서는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했다.
이는 개인 고객은 AI로 생성한 결과물에 만족해 외주 자체를 줄이는 반면, 기업 고객은 AI로 직접 만든 초안을 전문가에게 맡겨 다듬는 '리터칭' 수요를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단가 기획 업무는 사라지고, AI 결과물을 다듬는 단순 보정 업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고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획, 실무, 검수로 나뉘던 전통적 업무 공정이 AI 도입으로 압축되면서다.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즉시 시각화할 수 있게 되자, 중간 단계 실무자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은 AI를 지휘하는 소수의 '다기능 기획자'와 AI 결과물을 수정하는 '단순 보정 인력'으로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AI가 중간 단계 업무를 대체하면서, 신입 인력이 실무 경험을 쌓아 성장하는 '숙련 형성 사다리'가 붕괴될 위험도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