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저소득층 의료지원 제도 개편이 수십억 달러의 비용 절감은커녕, 주 정부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기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공식 시행될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 정책으로 인해 미국 각 주 정부가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긴급 투입하고 있다. 이 정책은 '오바마케어'를 통해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을 얻은 저소득층이 일정 시간 이상 근로, 구직, 학업, 봉사 등을 해야만 의료 지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주 정부 보건 부서는 수혜자의 근로 여부를 확인하고 면제 자격을 심사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기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개편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 소속 주 정부 관계자들조차 예산 부담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브래드 허드슨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여윳돈이 없다"며 "필수 서비스 예산까지 삭감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애리조나주는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 이행 비용 1400만달러(약 201억원)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 및 다른 복지 프로그램 예산 삭감을 검토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연간 3120만달러(약 45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외에도 펜실베이니아주는 IT 시스템 개편에 780만달러(약 112억원)를 책정하고 약 40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오하이오주는 2년간 2800만달러(약 403억원), 뉴멕시코주는 18개월간 2400만달러(약 345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연방정부가 각 주에 지원한 예산은 총 2억달러(약 2880억원)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보건 연구기관 KFF의 2024년 분석에 따르면, 근로 연령의 메디케이드 수혜자 중 92%는 이미 근로나 학업, 가족 돌봄 등을 하고 있거나 질병·장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아칸소주와 조지아주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고용률 증가는 없이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수혜 자격이 있는 주민들마저 의료 보장을 잃는 부작용만 낳았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해당 정책이 불공정한 부담이라고 비판한다. 밸러리 아쿠쉬 펜실베이니아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민 건강 증진 프로그램 대신 서류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화당 일부에서는 이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비준수자를 제외시켜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수혜자들이 민간 보험이 있는 일자리를 찾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행정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