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저소득층 의료보험 수급 자격으로 근로를 의무화하는 연방 정책이 도입되면서 각 주정부가 막대한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지난해 통과된 연방법에 따라 '메디케이드' 확대 시행 주들은 내년 1월 1일까지 수급자의 근로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메디케이드는 미국의 저소득층 공공 의료보험 제도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주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정책을 지지하는 공화당 측조차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고 인정하고 있다. 세수 감소와 연방 지원금 축소로 재정난을 겪는 상황에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메디케이드 확대 37개 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21개 주에서 시스템 구축 등에 드는 초기 비용이 주별로 400만달러에서 최대 3000만달러(약 4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연간 3120만달러(약 450억원)의 집행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방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190만달러에 그쳤다. 애리조나주는 근로 의무제 이행 비용 1400만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과 다른 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는 안을 두고 주 의회와 주지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정보기술(IT) 시스템 개선과 약 400명의 신규 인력 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밸러리 아쿠쉬 펜실베이니아 보건복지부 장관은 "주민 건강 증진 프로그램 대신 서류 작업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건강 연구 기관 KFF의 2024년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근로 연령의 메디케이드 수급자 92%는 이미 일을 하거나, 학업, 가족 돌봄, 질병 등의 사유로 근로 의무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

실제로 과거 아칸소주와 조지아주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행정 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일하는 수급자들마저 보험 자격을 잃는 사례가 속출했다. 반면 고용률 상승 효과는 없었고 막대한 행정 비용만 발생했다.

브래드 허드슨 미주리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준수자들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재정 상태가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정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당 연방법이 근로 의무화 외에도 주정부의 재원 확보 수단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RAND)는 이로 인해 2034년까지 주정부들의 메디케이드 예산이 총 6640억달러(약 956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맷 클라인 미네소타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정책이 돈을 절약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의료 서비스에서 쫓아낼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결국 보험이 없는 사람들이 더 아픈 상태로 병원을 찾아 병원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