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르웬조리 산맥에서 1만2000년 만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 지역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라운대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등 공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2년 발생한 산불이 지난 1만2000년간 전례 없는 규모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르웬조리 산맥의 고산지대 호수 두 곳에서 퇴적물 코어를 채취해 분석했다. 해발 약 4000m에 위치한 호수 퇴적물에서 2012년을 기점으로 숯 성분이 이전보다 100배 이상 급증한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그 이전 약 1만년 동안은 화재가 발생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 약 2000년 전 인간 활동이 늘면서 저지대에서 일부 화재 활동이 증가한 기록만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세라 아이보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는 "이렇게 외딴 지역에서 인간의 영향이 나타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마리아나 해구에서 비닐봉지를 발견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르웬조리 산맥 고산지대가 너무 춥고 습해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여겨왔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해 고산지대 역시 더는 화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르웬조리 산맥은 아프리카의 다른 고산지대와 지리적으로 격리돼 '하늘의 섬'으로 불린다. 이곳은 지구상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하지만 화석화된 꽃가루 분석 결과, 화재 이후 생태계는 급격히 변하고 있었다. 과거 울창했던 우림 나무는 줄고, 대신 대나무와 풀 종류가 늘어나는 등 식생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킬리만자로산, 케냐산 등 아프리카의 다른 고산지대에서도 최근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극심한 고산 환경으로 보호받던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르웬조리 산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100년 전 수십 개에 달했던 빙하가 현재는 단 하나만 남았을 정도로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00년간 이 지역 빙하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