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100만년 전 지구 생물종 60%를 사라지게 한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해양 산소 부족 현상이 실제 멸종 사건보다 수백만 년 앞서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은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멸종 사건보다 약 800만년 전부터 이미 해양의 산소 고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과학계는 오랫동안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이 대규모 화산 폭발과 관련 있다고 봐왔다. 화산 활동으로 기온이 오르면 암석 풍화가 빨라져 해양 산성화를 유발하고, 따뜻해진 바닷물은 산소 보유량이 줄어 '죽음의 지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알래스카 랭겔-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에서 대멸종 전후 시기에 퇴적된 암석층을 비교 분석했다. '과거의 책'과 같은 암석 기록을 통해 당시 해양 환경을 재구성한 것이다.
분석 결과, 얕은 바다의 산소 수치는 대멸종 약 800만년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멸종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해양 생태계가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대멸종 시기에는 산소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돼 종의 소멸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이른 시기에 산소 고갈을 촉발한 원인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연구를 이끈 벤 길 교수는 "해당 시기와 대략 일치하는 또 다른 화산 지대가 있다는 증거가 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과거의 사례가 현재 기후 변화로 인한 해양 산성·무산소화 현상을 겪고 있는 인류에게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 교수는 "지구는 과거에 이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기후가 따뜻해지면 어떤 연쇄 효과가 뒤따르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