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산업재해 보험급여 지급을 미뤘다면, 지급 결정일까지의 임금상승률 등을 반영해 증액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9일 진폐증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보험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상 평균임금 증감 제도의 취지가 보험급여의 실질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지급을 늦춰 실질 가치가 하락했다면, 진단 확정일이 아닌 지급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해 보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는 진폐 장해위로금 산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한 재판부는 미지급된 장해급여 수급권은 유족에게 상속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못하고 사망한 근로자의 배우자가 소송 중 사망하자, 그 자녀가 민법에 따라 소송을 이어받은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소송 과정에서 '중복 보상' 문제를 새로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당초 처분 사유와 다른 주장을 추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반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자의적인 보상금 산정 관행에 제동을 걸고, 오랜 기간이 지난 후 보험급여를 받는 산재 근로자 유족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