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잘못으로 의뢰인의 재판을 패소로 이끈 변호사가 작성한 9000만원 배상 각서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A씨가 담당 변호사 B씨와 B씨가 속한 법무법인 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의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15년 A씨의 딸 D씨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면서 시작됐다. A씨는 가해학생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변호사 B씨가 항소심을 대리했다. 그러나 B씨는 재판에 세 차례나 불출석했고, 결국 A씨의 항소는 취하된 것으로 간주돼 패소가 확정됐다.
B씨는 2023년 3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며 A씨에게 “2025년 말까지 총 9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써줬다. 하지만 이후 B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A씨는 각서 내용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각서에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조건이 암묵적으로 포함돼 있었는데, A씨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이 조건이 깨졌다고 판단했다. 각서 작성 경위, B씨가 강한 질책을 받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행각서는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한 처분문서”라며 “각서에 명시되지 않은 ‘보도 금지’와 같은 조건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자신에게 중요한 조건을 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B씨에 대한 약정금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A씨의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