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해치겠다며 메탄올을 넣은 소주병을 집 앞에 둔 아들에게 특수존속협박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특수존속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위험한 물건을 범행 현장에 두고 떠났다면, 이를 '휴대'해 협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A씨는 2024년 3월, 치사량의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아버지 B씨의 집 현관문 앞에 두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주병에는 이미 사망한 할머니 명의로 '아들아, 빨리 보고 싶다'는 내용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특수존속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고 협박의 고의도 인정되지만, 특수협박죄의 구성요건인 '위험한 물건의 휴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모르게 소주병을 놓아둔 다음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가 이를 발견했을 때는 피고인이 이미 현장을 이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해악의 내용을 표상하는 매개물로 삼아 협박 범행에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위험성 그대로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사실상 지배한 상태로 협박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위험한 물건을 이용했더라도, 그 물건으로 즉각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상태에서 협박한 것이 아니므로 가중처벌하는 특수협박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보복협박 및 스토킹 범죄 혐의에 대한 원심의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특수존속협박 부분이 파기된 이상 다른 혐의와 함께 다시 형을 정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