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한 주가조작도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2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주가조작 조직원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CFD를 이용한 시세조종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장외파생상품인 CFD를 이용한 주문이라도 실제 증권시장에서 주식 매매로 즉각 이어졌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장증권 매매가 상당 비율로 예상되는 장외파생상품 주문이 증권사를 거쳐 시세조종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 이를 시세조종행위에서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2심 재판부는 CFD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규제 대상인 '상장증권'이 아닌 '장외파생상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법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CFD를 이용한 거래는 처벌할 수 없다며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CFD 거래 구조를 악용해 실제 주식 매매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시세조종을 위해 주문을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의 CFD 주문은 1~2초 안에 실제 주식시장 주문으로 이어진 경우가 상당한 비율에 달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CFD의 레버리지 효과와 거래 주체가 외국계 증권사로 표시돼 신원이 드러나지 않는 장점을 조직적인 시세조종에 악용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증권시장 신뢰 보호라는 시세조종 금지 규정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무등록 투자일임 조직을 꾸려 8개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파기환송심에서는 CFD를 이용한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