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3자 사기'에서 판매 대금을 받았다가 사기범에게 다시 송금한 차주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차주 A씨가 중고차 매매업자 B씨를 상대로 낸 자동차 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1월 자신의 차를 4700만원에 팔기 위해 온라인에 매물을 올렸다. 자신을 매수자라고 밝힌 성명불상자는 A씨에게 접근해 중고차 매매상사에 차를 가져다주되, 탁송기사 행세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이 성명불상자는 중고차 매매업자 B씨에게는 해당 차량을 3850만원에 팔겠다고 속였다. A씨는 성명불상자의 말에 따라 탁송기사인 척 B씨에게 차와 자동차등록증 등 서류를 넘겼다.

B씨는 차주인 A씨 명의 계좌로 매매대금 385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성명불상자는 A씨에게 "세금 문제 때문이니 입금된 3850만원을 다른 계좌로 보내주면 4700만원을 다시 보내주겠다"고 거짓말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돈을 송금했으나 약속한 돈을 받지 못했다. 사기당한 사실을 깨달은 A씨는 B씨에게 차량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1, 2심은 "A씨에게 매매대금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다"며 B씨가 조건 없이 차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B씨는 돈을 돌려받기 전까지 차를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A씨 계좌로 대금을 지급한 순간 돈은 A씨에게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기범의 말에 속아 돈을 제3자에게 보낸 것은 "귀속된 이후의 사정이자 별도의 처분행위"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탁송기사 행세를 하며 허위의 외관을 만든 점도 지적했다. 반면 B씨는 통상적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정의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B씨가 차를 돌려받으려면 A씨도 385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동시이행 관계를 인정한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