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용 웨어러블 기기가 1차 의료기관을 대체해 건강 관리의 새로운 '문지기'로 부상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의료기술 전문가 블라이스 캐로우는 29일(현지시간) 의학저널 출판사 JMIR 퍼블리케이션스에 기고한 분석에서 이같이 밝혔다. 과거 의사가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처음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웨어러블 기기가 그 역할을 넘보고 있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플랫폼은 수면 패턴, 심박수, 혈압 등 생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한다. 이후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보다 먼저 건강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어떤 병원을 가고 어떤 치료를 받을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피트니스 밴드 업체 '후프'(WHOOP)는 최근 애보트, 메이요 클리닉 등으로부터 5억7500만달러(약 82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마트 반지 '오우라'(Oura)를 비롯해 애플, 삼성, 구글의 생명과학 자회사 베릴리 등도 임상·규제·보험 적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부담을 덜고, 환자들의 예방적 건강 관리를 돕는 의료 서비스 연결 통로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캐로우는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심각한 규제 및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기술 기업의 사업 모델은 구독 수익과 사용자 데이터의 수익화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정 병원이나 전문의에게 환자를 추천하며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금지된 의사와 달리, 웨어러블 플랫폼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체 데이터 모니터링부터 AI 분석, 환자 연결, 보험금 청구까지 한 번에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캐로우는 "웨어러블 플랫폼이 의료 시스템에 통합되면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응할 정책 및 규제 체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기술 기업들의 시장 통합은 정책이 따라잡기를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