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산불 위험을 키우는 것은 물론, 진화에 필수적인 소방용수까지 고갈시켜 최악의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29일 '가뭄-산불 복합재난 리스크 평가 방법론 검토' 보고서를 통해 가뭄과 산불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통합적인 리스크 평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가뭄이 겹쳤을 때 '소방용수 고갈' 문제가 재난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고서가 최근 5년간의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가뭄과 산불이 함께 언급된 기사에서 '소방용수' 키워드 언급 비율은 1.58%로, 일반 산불 기사(0.39%)보다 4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는 가뭄 상황에서 산불 진화의 가장 큰 어려움이 물 부족임을 시사한다.

국내 산불 피해는 이미 대형화 추세가 뚜렷하다. 2020년대(2020~2025년) 연평균 산불 피해 면적은 2만3118ha로, 2010년대(857ha)의 27배에 달했다. 보고서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림이 극도로 건조해지고, 작은 불씨가 대형 재난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성경민 KEI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가뭄으로 연료 조건이 최악이 되고, 산불 진화에 쓸 물까지 부족해지는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불 후에는 토사 유출로 수질이 오염돼 식수원까지 위협하는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정책 제언으로 산림청의 산불 위험 정보와 환경부·기상청의 가뭄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한 '가뭄-산불 복합위험지도' 구축을 제안했다. 또한 가뭄 심화 구역을 '특별 관리 구역'으로 선제 지정하고, 소방 용수를 우선 확보하는 등 맞춤형 자원 배분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