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이 46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과 높은 습도의 이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지난 4월 중순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인도에서 최소 37명, 파키스탄에서 1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사망자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폭염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높은 습도 때문이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 조절 기능이 마비된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면 뇌와 주요 장기가 손상되는 열사병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과학계는 열과 습도를 함께 고려한 '습구온도'를 위험 지표로 사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젊은 성인이라도 기온 45도, 습도 40% 환경에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남아시아 일부 지역은 이미 이 치명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도·파키스탄 상공에 장기간 머무는 고기압을 꼽는다. 고기압이 구름 형성을 막아 비 없는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고, 달궈진 지표면이 기온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다. 한 연구 그룹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과 같은 폭염 발생 가능성이 3배 높아졌고, 기온도 약 1도 더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추세대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2100년에는 이번과 같은 폭염이 2~3년마다 발생하고, 기온은 2.2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됐다. 부유층은 에어컨으로 더위를 피할 수 있지만, 빈민가 주민이나 건설·농업 등 옥외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특히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는 열섬 현상으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24시간 내내 위험이 지속된다.

폭염은 6월 초부터 시작되는 몬순(우기)이 와야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극심한 폭염과 습도의 위협은 더욱 잦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