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인공지능(AI) 생태계가 소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 진정한 기술 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AI 기술·서비스 간 호환성을 보장하는 '상호운용성' 정책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6일 발간한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호운용성 정책방향 및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특정 기업의 클라우드나 AI 모델에 한번 종속되면 다른 서비스로 전환하기 어려운 '고착(lock-in)' 현상이 국가 AI 경쟁력을 저해하는 핵심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AI 인프라, 모델, 서비스, 데이터가 자유롭게 연결되고 교체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이 확보되면 기업이나 정부가 특정 기술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솔루션을 조합해 비용을 절감하고,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상호운용성을 국가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김현수 KISDI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은 시장 중심으로, 유럽연합은 강력한 법규로, 영국은 공공 조달을 지렛대로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표준, 시험, 조달, 규범을 결합해 시장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보고서는 국내 상황에 맞는 정책 패키지를 제안했다. 우선 AI 모델, 서비스, 데이터 전반의 기술 표준을 담은 'AI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검증할 'AI/클라우드 상호운용성 시험·인증 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또한 의료, 교육 등 주요 분야의 데이터 공간을 표준 API 기반으로 설계하고, 공공 부문이 AI·클라우드 서비스를 조달할 때 상호운용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특정 사업자에 대한 종속을 막고 멀티클라우드 도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보고서는 민간 영역까지 효과를 확산하기 위해 데이터 이동성과 클라우드 전환 권리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정책 패키지는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높여 한국형 AI 생태계를 지속가능한 국가 인프라이자 수출 자산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