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표층 수온의 변화 없이도 수천 년에 걸쳐 심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거 기후 기록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산타바바라) 연구팀은 남반구의 강한 바람이 열대 지역 심해로 열을 전달하는 새로운 온난화 경로를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올로지'(Ge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적도 대서양의 해양 퇴적물을 이용해 과거 1만1000년간 수심 800m의 수온 변화를 복원했다. 분석 결과, 약 5700년 전부터 심해 수온이 갑자기 섭씨 5도나 상승해 2500년 전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 해당 해역의 표층 수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심해 온난화의 원인이 열대 지역 외부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심해 온난화가 남반구 대기-해양 순환의 변화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남반구 여름철 태양에너지 증가로 서풍이 남쪽으로 이동하며 강해졌다는 것이다.
강해진 바람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표층수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현상을 강화했다. 이 물이 수 세기에서 수천 년에 걸쳐 열대 해역 심해까지 이동하면서 온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발견은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기후변화로 남반구 서풍이 강화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심해 온난화 메커니즘이 현재의 지구 온난화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0년 이후 기후변화로 발생한 초과 열의 약 89%는 대기가 아닌 해양이 흡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