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의 자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미국 내 리튬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튬은 '하얀 석유'로 불리며 전기차 배터리와 청정에너지 기술의 필수 원료로 꼽힌다. 현재 호주, 칠레 등에서 주로 채굴돼 중국에서 정제되는데, 미국은 공급망 안보를 위해 자국 내 생산을 추진해왔다.
연구팀은 현재 가동 중인 네바다주 남서부 리튬 광산 1곳과 제안된 22곳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2040년에서 2060년 사이 물 공급량과 수요를 예측했다. 분석에는 5개의 글로벌 기후 모델과 4개의 사회경제적 시나리오가 동원됐다.
분석 결과, 제안된 광산 대부분이 위치한 미국 서부 지역은 추가적인 리튬 채굴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캘리포니아 남부 솔턴호 지역과 네바다주 일부 지역에서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를 이끈 제니퍼 던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제안된 모든 광산이 가동되더라도 미국은 국내 리튬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리튬 공급을 보충하기 위해 여전히 해외 파트너에게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리튬 추출은 많은 물을 소비하는 작업이다. 지하 염수를 퍼 올려 물을 증발시키거나, 암석을 분쇄한 뒤 광석을 처리하고 장비를 세척·냉각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물이 사용된다.
던 교수는 "암석 채굴 과정에서 사용된 물은 비소와 같은 독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며 "이를 다시 사용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해 사실상 '소비된 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리튬이 필요하지만, 역설적으로 기후변화가 리튬 확보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미국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