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나 부식 없이 어떤 표면에든 구리를 인쇄할 수 있는 새로운 액체 잉크가 개발됐다.

미국 메릴랜드대, 예일대,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4일자(현지시간)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10년 이상 이어진 공동 연구의 결실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잉크는 구리가 공기나 물에 닿으면 녹스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 잉크를 사용하면 섭씨 15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안정적인 구리 회로를 빠르고 저렴하게 인쇄할 수 있다.

구리는 인공지능(AI) 시스템, 데이터센터, 무선 네트워크, 회로 기판, 태양광 패널 등 현대 사회의 핵심 소재다. 하지만 산화와 부식에 취약해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의 효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태양전지, 회로 기판뿐 아니라 소형 동상과 에펠탑 모형 등에 구리를 인쇄했다. 인쇄된 구리는 바닷물에 6개월간 담가도 부식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했다.

이번에 개발된 잉크는 기존 도금이나 화학적 식각(에칭) 공정을 대체해 시간과 비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셴창 렌 메릴랜드대 교수는 "인쇄된 구리 회로는 차세대 전자제품 내부의 '배선' 역할을 더 빠르고 저렴하며 폐기물도 적게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자인 량빙 후 예일대 교수는 "새로운 잉크는 전자, 에너지, 환경 분야 전반에 걸쳐 값비싼 은과 같은 금속 대신 구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전도성 잉크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기술 상용화를 위해 스타트업 '뉴코퍼'를 공동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