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데이터를 '단백질'에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홍콩 폴리테크닉대학교(PolyU) 연구팀은 인공 단백질을 이용해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시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기존 하드 드라이브나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비용, 용량, 전력 소비, 수명 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된 DNA 저장 기술 역시 저장 용량이 작고 쉽게 분해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아미노산 서열이 훨씬 긴 단백질을 데이터 저장 매체로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단백질은 박테리아 같은 생물 시스템을 통해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안정성도 높다.

연구팀은 자연 단백질인 콜라겐의 서열 패턴에서 영감을 얻어 구조적 안정성을 높인 '뼈대'를 설계했다. 이 뼈대에 데이터를 담은 아미노산 서열을 삽입해 대장균(E. coli)에서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발현시켰다.

데이터를 읽을 때는 단백질을 분해한 뒤 '액체 크로마토그래피-탠덤 질량 분석법'으로 분석했다. 이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전체 서열을 재구성해 데이터를 완벽하게 복원했다.

이 단백질 저장 기술은 연구팀이 이전에 개발했던 펩타이드 방식보다 저장 밀도는 30배 높았고, 비용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용액이나 강산 환경에서도 DNA보다 월등한 안정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특정 데이터만 골라 읽는 '무작위 접근'과 데이터를 숨기는 '암호화' 기능도 구현했다. 특정 표지를 붙인 단백질을 항체로 포획하는 방식이다.

연구를 이끈 야오중핑 교수는 "단백질은 대용량 데이터의 장기 보관에 탁월한 매체"라며 "향후 저장 용량을 늘리고 읽기·쓰기 속도를 높이는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